“리스크 있지만 젊으니까” 의사 가운 벗고, 호텔 요리사 접고 버섯·감귤 재배



전남 나주시 동강면 옹정리 몽송마을에서 한라봉, 천혜향 등 고급감귤류를 재배하는 박융권(36)씨. 그는 20대 때만 해도 자신이 농부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변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그 뒤 몇몇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지만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평소 요리에 소질이 있던 그는 요리사의 꿈을 키우기 위해 진로를 바꿨다. 호텔에 일자리를 구해 요리사 일을 배웠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요리사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양 손가락에 심한 통증이 왔다. 과중한 업무 탓이었다. 호텔에서 일한 지 2년 만에 요리사로서의 꿈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에 좌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일을 그만두고 쉬던 중 박씨는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알게 됐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농부가 되기 위한 기본 준비부터 다양한 체험과 기술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교육 과정은 6개월(2019년 4월~10월까지)이었다. 특히 2개월 동안 실제 농장에서 진행되는 현장실습을 통해 그는 전혀 다른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가졌다. 감귤농업의 마이스터로부터 감귤 농사를 배우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농촌에서 농사를 지을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데 마침 고향에 부모님 소유의 농지도 있어 15년 동안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하기로 결심했어요. 부모님도 처음에는 걱정하셨지만 지금은 응원해주시고 저도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는 2645㎡(800평) 규모의 감귤 과수원을 경영하는 몽송뜨락농장 대표가 됐다. 또 올해부터는 고구마 농사에도 도전했다. 그는 판로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공판장을 통하거나 밭을 통째로 계약하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수매·가공·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직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SNS를 통해 점점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박씨가 구축한 판매 방식에 동참하겠다는 마을 농민들도 하나둘 생겨났다. 그는 주민들과 함께 ‘상생마켓’을 마련할 꿈에 부풀어 있다.


박씨는 “시골 마을에 활력을 주고 싶어요. 마흔이 넘으면 마을 이장도 맡아볼 생각도 하고 있고요. 주변 사람들과 작지만 튼튼한 마을기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젊은 세대가 용기를 얻어 귀농에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생기를 잃어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


채성수 기자
작성 2021.11.08 10:33 수정 2021.11.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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