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계는 지금 농촌으로 간다 (1)

“일본 청년 귀농, 정말 늘었을까?” 통계로 본 현실과 한계

[기획을 시작하며]

 

왜 지금, 세계의 농촌을 살펴보는가?

 

귀농과 귀촌을 둘러싼 정보는 넘쳐난다. 그러나 실제로 농촌에 정착하고, 삶을 이어가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의외로 많지 않다. 성공 사례 위주의 이야기나 개인 경험담은 많지만, 정책과 구조, 숫자와 제도를 바탕으로 한 설명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귀농귀촌Life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세계는 지금 농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차분히 살펴보는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감성이나 유행이 아닌, 각국 정부의 공식 정책과 통계, 공공 연구자료를 근거로 농촌과 귀농을 둘러싼 선택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이번 기획은 일회성 기사가 아니다.
 

귀농귀촌Life는 이번 주부터 매주 한 편씩, 세계 주요 국가의 농촌 정책과 청년 농업 전략, 지역 유지 방식 등을 연재로 소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청년과 중장년 독자들이 보다 현실적인 판단 기준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첫 번째 사례로, 오늘은 일본을 살펴본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점에서 한국과 가장 유사한 조건을 가진 일본은, 청년 귀농 정책을 가장 오랜 기간 시행해 온 나라다. ‘일본에서는 정말 청년 귀농이 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정책은 실제로 어떤 성과와 한계를 보이고 있는가’를 통계로 확인해 본다.

 

“일본 청년 귀농, 정말 늘었을까?” 통계로 본 현실과 한계

 

최근 일본에서는 청년층의 귀농과 지방 이주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실제 통계로 확인되는 변화인지, 혹은 일부 사례에 근거한 인상인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공식 자료는 이 질문에 비교적 명확한 근거를 제공한다.

Top 5 Most Beautiful Rice Fields in Japan - Village Blog
[일본 지방 농촌의 전경. 일본 정부는 농촌 유지와 농업 인력 확보를 위해 청년 유입 정책을 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MAFF)의 「신규 취농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의 신규 취농자 수는 약 5만 4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9세 이하의 청년층 비중은 약 40%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는 201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청년 취농자의 비중이 장기적으로는 증가해 온 흐름에 해당한다. 다만 최근 몇 년간은 신규 취농자 수와 청년 비중 모두 정체 또는 소폭 감소하는 양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신규 취농자의 구성 변화다. 농림수산성은 신규 취농자를 가업 승계형 농업인, 농업법인 취업자, 비농가 출신 신규 진입자 등으로 구분해 집계한다. 이 가운데 도시 지역에서 농업 경험 없이 농촌으로 유입되는 신규 진입자의 비중은 장기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는 일본의 청년 귀농이 단순한 가업 계승을 넘어, 도시 생활 이후의 진로 전환 또는 이주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있다. 일본은 청년 귀농을 단기 성과 중심의 정책이 아닌, 농촌 인구 유지와 농업 기반 존속을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인 ‘청년취농급부금’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청년 취농자를 대상으로  연 최대 150만 엔(월 약 12만 5천 엔)을 최대 5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이 제도는 모든 신청자에게 일괄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경영계획·지역 정착 요건 등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지원된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청년 귀농 정책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의 자체 분석과 연구 자료에 따르면, 신규 취농자의 5년 이내 영농 중단 비율은 약 30% 안팎으로 추정된다. 농업 소득의 불안정성, 지역 공동체 적응 문제, 농업 외 소득원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즉 일본에서도 청년 귀농은 여전히 ‘도전적인 선택’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청년 귀농 정책을 유지·확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본 농업 인구의 평균 연령은 67세를 넘어서며, 신규 유입이 없을 경우 농촌과 농업 기반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공식 정책 문서에서 청년 귀농을 “농업의 경쟁력 강화 이전에, 농촌 존속을 위한 최소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The "Do-Nothing" Farmer — Outside/In
[일본 농촌에서의 농작업 모습. 신규 취농자의 상당수는 정착 과정에서 소득과 노동 부담이라는 현실적 과제에 직면한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의 귀농·귀촌 정책에도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귀농을 개인의 결단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와 지역이 공동으로 실패 가능성까지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이는 귀농을 성공 사례 중심으로 홍보하기보다, 정착 과정 전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청년에게 일본의 경험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보여준다. 귀농은 유행이나 환상이 아니라, 정책·제도·지역 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는 점이다.

 

 

[출처]

 - 일본 농림수산성(MAFF), 「新規就農者調査」

 - 일본 총무성, 「地方移住の動向に関する調査」

 - 일본 내각부·농림수산성, 청년취농급부금 제도 자료

 

작성 2026.01.07 12:01 수정 2026.01.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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