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굽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할까봐 더 겁났다/
구두 뒷굽을 새로 갈 때마다 나는/
돌고 도는 지구의 모퉁이만 밟고 살아가는게 아닌지/
순수의 영혼이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사코 한쪽으로만 비스듬히 닳아 기울어 가는 /
그 이유가 그지없이 궁금했다/
--- 허영만 ---







